책 제목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등장인물과 함께 피와 연기 속에서 심장이 뛰고 다리가 떨리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결국 책장을 덮고 나면 삶에 대한 충만한 사랑과 한 줄기 행복의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은 휴머니즘과 예술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눈물과 웃음이 함께하는, 제가 진심으로 아끼는 책입니다.
‘집으로 가는 먼 길(A Long Way Gone)’은 1990년대 시에라리온 내전 당시 소년병으로 징집되었던 이스마엘 베아(Ishmael Beah)의 삶을 다룬 회고록입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삶이 흐르던 작은 마을, 세 형제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Beah는 학교에 다니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배우고 힙합 댄스팀 활동을 하던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뉴스나 책에서나 접하던 전쟁과 분쟁은 Beah가 살던 평화로운 마을에는 결코 닥치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어느 날 현실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힙합 댄스 대회에 참가하러 떠났을 때, Beah의 댄스팀이 참가를 준비하던 곳과 가족들이 살던 마을에 내전이 들이닥쳤고,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2세였습니다. 그날 이후 가족과 헤어지게 된 그는 친구들과 함께 살기 위한 은신처와 한 끼의 음식을 찾아 매일 밤 쫓아오는 반군을 피해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 여정 내내 절도, 친구들이 쓰러져 갈 때의 고통, 집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냉대 속에서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립감이 이어졌습니다.
1년간의 피난 생활 끝에, 정부군은 Beah와 그의 또래, 그리고 더 어린 소년들을 군대에 징집했습니다. 군대는 Beah와 친구들을 총을 쥐고 사람을 죽이는 군인으로 훈련시켰습니다. 훈련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혹했습니다. 첫날부터 지시를 따르지 않는 자는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즉시 총살당했습니다. 전투를 앞둘 때마다 아이들에게는 내면의 악마를 깨우기 위한 마약이 투여되었습니다. 군에 입대한 것이 옳은지 질문을 던지거나 고민할 틈조차 없었습니다. 사실 그 아이들에게는 다른 선택권도, 선택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더욱이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돌아갈 곳도 없으며, 생존을 위한 음식조차 없는 처지에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조종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군대는 아이들을 세뇌하여, 반군의 죽음만이 죽은 가족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랩 음악을 좋아하고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던 소년 Beah가 이제 자신이 죽인 사람의 수를 성취로 여기고 머릿속에는 복수심만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저 또한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Beah는 UNICEF에 의해 구조되어 UNICEF의 재활 센터로 보내졌습니다. 책의 절반은 금단 증상을 극복하고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 훈련받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정 또한 극심한 고통이었습니다. Beah는 과거와 함께 살아가는 법, 눈을 감을 때마다 악몽을 꾸지 않고 잠드는 법, 타인을 신뢰하고 마주한 사람을 적으로 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한 가지, 회복 후 재활 센터에서 다른 부대 출신의 소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Beah는 모든 군대가 대원들에게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똑같은 세뇌를 주입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쟁 후 서로를 마주한 Beah와 다른 소년병들은 목숨을 건진 몇 안 되는 이들이었으나, 그들의 어린 시절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책을 읽고 위트와 용기, 지성을 지닌 작가를 알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작가가 살아남아 지나온 험난한 여정을 생생하게 전해줌으로써 제가 이 넓은 세상의 일면을 더 깊이 이해하고 포용력 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에 미소 지으며 감사함을 느낍니다.
